국화는 어떻게 세계를 ‘정복’했나

조홍섭 2019. 09. 04
조회수 15563 추천수 1
기후변화 틈타 전 세계로 퍼져…수많은 꽃이 한 송이 이룬 것도 비결

ch1.jpg » 남아메리카 국화과 고유 속인 쿤트. 신생대 에오세 때 아프리카에서 폭발적으로 확산해 남아메리카에서 진화한 식물이다. 국화과 식물의 기원지인 남아메리카에서 세계를 한 바퀴 거쳐 다시 돌아온 셈이다. 비키 펑크 제공.

고등식물의 95%를 차지하는 꽃을 피우는 식물 가운데 세계적으로 큰 두 ‘가문’이 있다. 종 수가 많기로 국화과와 난초과 식물이 난형난제하다. 국화과에는 2만5000∼3만5000종이 포함돼 있는데, 이는 전체 꽃식물의 약 10%에 해당한다.

그러나 얼마나 널리 분포하는지를 따지면, 국화과가 윗길이다. 온난한 곳에 주로 분포하는 난초와 달리, 국화과 식물은 남극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대륙에서 자란다.

우리에게 낯익은 많은 식물이 이 무리에 속한다. 다양한 국화를 비롯해 해바라기, 코스모스, 민들레, 백일홍, 엉겅퀴, 쑥, 상추, 취, 우엉, 씀바귀, 달리아, 캐모마일 등이 모두 국화과 식물이다.

이 식물들은 어디서 기원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구를 ‘점령’하게 됐을까. 최신 염기서열 해독 기술을 이용해 국화과 식물 약 250종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 수수께끼를 푼 연구결과가 나왔다.

ch2.jpg » 브라질 고유의 국화과 식물인 운더리키아 속 식물. 5000만년 전 남아메리카를 떠나 세계로 퍼져나간 국화과 조상 식물과 자매 계열인 옛 국화과 식물이다. 캐롤리나 시니스칼치 제공.

제니퍼 맨델 미국 멤피스대 교수 등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‘미 국립학술원 회보(PNAS)’ 7월 9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국화과 식물의 기원이 8300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로 거슬러 오르며, 남아메리카가 기원지라고 밝혔다. 또 국화과 식물은 기후변화를 틈타 남아메리카에서 북아메리카로, 다시 베링 해를 건너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이동했고,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‘코스모폴리탄’의 이동 경로를 보였다고 밝혔다.

국화과 식물의 원조는 극지방에도 열대림이 분포할 정도로 따뜻했던 백악기에 남아메리카 남부에 출현했다. 그러나 지구의 기후는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과 함께 공룡시대가 막을 내리는 대멸종 사태를 겪으면서 한랭화의 길로 접어들었다.

6종 중 5종이 멸종하는 격변에서 살아난 국화과 조상은 춥고 건조해지는 기후에 적응해 다양화했다. 약 5000만년 전 기후 격변 때 이들은 북아메리카로 퍼져나갔다.

신생대 에오세의 지구는 춥고 건조해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은 낮아진 해수면 덕분에 연결됐고, 국화과 식물은 베링육교를 건너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이동했다. 연구자들은 약 4200만년 전 아프리카의 건조화로 대륙 내부 숲이 초원에 자리를 내주었을 때 이들 식물은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다양하게 진화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밝혔다.

연구자들은 “민들레, 국화, 해바라기, 엉겅퀴 등 현생 국화과 식물의 95%가 이때 생겨났다”고 논문에서 밝혔다. 국화과 식물은 이처럼 지구기후가 춥고 건조해질 때 다양하게 진화해 넓은 지역에 퍼져나갔다. 현재 이들이 많이 분포하는 곳도 사막, 초원, 산악지대 등 건조한 지역이다.

ch3.jpg »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고려엉겅퀴. 꽃잎 하나하나가 별개의 꽃으로 전체는 꽃송이 하나가 아닌 커다란 꽃다발이다. 조홍섭 기자 ecothink@hani.co.kr

연구자들은 이처럼 국화과 식물이 진화적으로 성공을 거둔 이유로 독특한 꽃의 구조를 들었다. 국화과 식물은 수많은 개별 꽃이 모여 하나의 꽃다발을 이룬다. 국화꽃 한 송이는 꽃잎 수만큼 수많은 꽃이 모인 형태다. 또 국화과 식물은 씨방에 깃털이 달렸는데, 이것이 씨앗이 멀리 퍼지는 것을 돕고 초식동물이 먹는 것을 방해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.

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:

Jennifer R. Mandel et al, A fully resolved backbone phylogeny reveals numerous dispersals and explosive diversifications throughout the history of Asteraceae, PNAS 2019 116 (28) 14083-14088, https://doi.org/10.1073/pnas.1903871116

조홍섭 기자 ecothink@hani.co.k
  • 싸이월드 공감
  • 추천
  • 인쇄
  • 메일
조홍섭 기자
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. 인간과 자연의 공존,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. 네이버에 <한반도 자연사>를 연재했고 교육방송(EBS)의 <하나뿐인 지구>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.
이메일 : ecothink@hani.co.kr       트위터 : eco_think      

최신글




최근기사 목록

  • 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…자기 냄새 맡으려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…자기 냄새 맡으려

    조홍섭 | 2020. 04. 29

    시간당 20회, 영장류 공통…사회적 소통과 ‘자아 확인’ 수단 코로나19와 마스크 쓰기로 얼굴 만지기에 어느 때보다 신경이 쓰인다. 그런데 이 행동이 사람과 침팬지 등 영장류의 뿌리깊은 소통 방식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.침팬지 등 영장류와 ...

  • 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

    조홍섭 | 2020. 04. 28

    고래보다 1억년 일찍 바다 진출, ’수렴 진화’ 사례 공룡 시대부터 지구에 살아온 가장 오랜 파충류인 악어는 대개 육지의 습지에 산다. 6m까지 자라는 지상 최대의 바다악어가 호주와 인도 등 동남아 기수역에 서식하지만, 담수 악어인 나일악어...

  • ‘과일 향 추파’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‘과일 향 추파’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

    조홍섭 | 2020. 04. 27

    손목서 성호르몬 분비, 긴 꼬리에 묻혀 공중에 퍼뜨려 손목에 향수를 뿌리고 데이트에 나서는 남성처럼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수컷도 짝짓기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과일 향을 내뿜는다. 사람이 손목의 체온으로 향기를 풍긴다면, 여우원숭이는 손목 분...

  • 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, 새들도 그러하다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, 새들도 그러하다

    조홍섭 | 2020. 04. 23

    어미 박새, 뱀 침입에 탈출 경보에 새끼들 둥지 밖으로 탈출서울대 연구진 관악산서 9년째 조사 “영장류처럼 뱀에 특별 반응” 6달 된 아기 48명을 부모 무릎 위에 앉히고 화면으로 여러 가지 물체를 보여주었다. 꽃이나 물고기에서 평온하던 아기...

  • 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‘작품'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‘작품'

    조홍섭 | 2020. 04. 22

    북한 과학자, 국제학술지 발표…권곡·U자형 계곡·마찰 흔적 등 25곳 제시 금강산의 비경이 형성된 것은 2만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쌓인 두꺼운 얼음이 계곡을 깎아낸 결과라는 북한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왔다. 북한의 이번 연구는 금강산을...

인기글

최근댓글